요즘 다시 검색량이 오르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인데요, 2020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뒤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입니다. 재테크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돈을 대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각과 감정을 다루는 책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투자 자문사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에서 파트너로 일해온 금융 칼럼니스트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돈 문제를 잘 다루는 능력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의 문제라고 말하죠. 수익률 계산법이나 정교한 투자 기법보다, 돈 앞에서 우리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은 이 책에 실제로 나오는 문장과 개념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재테크 팁이라기보다, 돈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는 문장들이라 감정관리 차원에서도 곱씹어볼 만하더라고요.
부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 중 하나가 이겁니다. "부는 당신이 보지 못하는 것이다(Wealth is what you don't see)." 하우절은 이 문장을 이렇게 풀어냅니다. 부는 아직 사지 않은 멋진 차이고, 사지 않은 다이아몬드이며, 착용하지 않은 시계라고요. 눈에 보이는 소비는 사실 부의 증거가 아니라, 부가 다른 무언가로 이미 바뀌어버렸다는 신호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흔히 좋은 차나 큰 집을 보면 저 사람은 부자겠다고 짐작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말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가 많을수록, 오히려 아직 자산으로 남지 않은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남는 것은 다른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대목은 "돈을 버는 것"과 "번 돈을 지키는 것"이 완전히 다른 능력이라고 짚은 부분입니다. 하우절은 부를 얻으려면 낙관과 위험 감수, 적극적으로 나서는 태도가 필요하지만, 부를 지키려면 정반대로 겸손함과 검소함, 그리고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 두 가지를 같은 능력으로 착각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해요. 크게 성공한 투자자가 그 성공에 취해 계속 같은 방식으로 위험을 감수하다가 한 번에 무너지는 사례가 실제로 적지 않다는 거죠. 버는 기술과 지키는 기술, 둘 다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돈뿐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도 비슷하게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검소함으로 큰 자산을 모은 사람
책에는 로널드 리드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 버몬트주에서 주유소 직원과 백화점 청소부로 평생을 일했던 사람인데, 2014년 세상을 떠난 뒤 그가 800만 달러에 가까운 자산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특별한 투자 비법을 쓴 게 아니었습니다. 적게 벌었지만 꾸준히 저축했고, 우량주에 오래 투자하며 시간을 버텼을 뿐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하우절은 이 이야기를 통해 부를 만드는 데 소득의 크기보다 저축률과 인내심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요. 화려한 전략보다 꾸준함이 이긴다는 메시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복리는 시간이 만든다
하우절이 특히 공들여 설명하는 개념이 복리입니다. 그는 워런 버핏의 사례를 들어 이 개념을 설명하는데, 버핏 순자산의 대부분은 65세 이후에 쌓였다고 합니다. 투자 실력만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 결과라는 거예요. "그의 재능은 투자이지만, 그의 비밀은 시간이다"라는 문장이 바로 이 대목에 나옵니다.
복리는 처음엔 느리게 보이다가 나중에 갑자기 크게 불어나는 특성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 힘을 쉽게 과소평가하곤 합니다. 조급하게 큰 수익을 좇기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식을 고르는 게 결국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짚어줍니다.
여유 공간을 남겨두라는 조언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개념은 "여유 공간(room for error)"입니다. 하우절은 금융에서 이보다 더 과소평가된 힘은 없다고 말하는데요, 예상이 빗나가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여백을 미리 남겨두라는 뜻입니다. 검소한 예산, 유연한 계획, 느슨한 일정 같은 것들이 다 이 여유 공간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죠.
미래는 불확실하고,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완벽하게 계산된 계획보다, 예상이 틀렸을 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두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돈 이야기지만, 곱씹어보면 일상의 감정관리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무리
《돈의 심리학》은 화려한 투자 기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돈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 남과 비교하고 싶은 마음,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조급함 같은 걸 차분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에 가깝습니다.
돈에 대한 불안이 유독 크게 느껴진다면, 이 책의 문장들을 천천히 곱씹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불안이 일상생활을 계속 힘들게 할 정도로 크다면, 책 한 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재무 상담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고려해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이지연 옮김, 인플루엔셜, 2021 — 교보문고
- Morgan Housel, The Psychology of Money: Timeless lessons on wealth, greed, and happiness, Harriman House, 2020 — Amazon 도서 정보
- CNBC, "Most of Warren Buffett's wealth came after age 65. Here's why" (워런 버핏 복리 사례 인용 출처) — C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