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데도 지루한 이유, 권태사회 키워드와 연구 3편 대조
지루함은 하는 일에 주의가 가지 않거나 그 일이 내게 중요한 목표와 맞지 않을 때 생기는 신호로 설명됩니다.
읽고 나면 ‘바쁜데 왜 지루하지’ 하는 느낌이 주의 쪽 문제인지 의미 쪽 문제인지 표로 가려 보고, 사흘짜리 기록으로 내 경우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7』(미래의창)이 2026년 9월 30일 출간됐다는 보도와 함께, 10대 키워드 맨 앞에 ‘권태사회’가 올랐습니다(2026-10-13 데일리안·노컷뉴스 보도 기준). 데일리안은 이를 할 일은 많은데 의미 있는 경험으로 쌓이지 않는 ‘과잉형 권태’로 소개했어요. 노컷뉴스는 쇼츠·게임·OTT·SNS 속에서도 무료함을 느끼는 ‘바쁜 권태’로 풀었고요.
다만 이것은 소비 트렌드 전망서의 진단이지 심리학 연구 결과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루함을 직접 다룬 논문 세 편의 초록을 열어, 이 진단과 맞닿는 곳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곳을 나눠 봤습니다.
지루함은 심리학에서 무엇을 뜻할까
📌 지루함(boredom)은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 느끼는 불쾌한 경험으로, Eastwood 연구진(2012,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이 주의(attention)의 관점에서 정의했습니다.
초록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루함이 생기는 조건을 세 가지로 묶었습니다. 만족스러운 활동에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제대로 쏟지 못하고, 그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원인을 환경 탓으로 돌릴 때예요. 이 정의가 기존의 여러 이론을 하나로 묶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이 정의에서 중심에 놓인 것은 자극의 양보다 ‘하고 싶은 쪽으로 주의가 모이느냐’입니다(이 글의 풀이). 할 일이 많은지 적은지가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 주의가 붙느냐를 묻는 셈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시간
Wilson 연구진(2014, Science)은 11개 연구를 묶어 보고했습니다. 초록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6분에서 15분 동안 방에서 혼자 생각만 하는 상황을 대체로 즐기지 않았고, 단순한 바깥 활동을 훨씬 더 즐겼어요. 일부는 혼자 생각하느니 스스로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쪽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일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 하는 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같은 해 Frontiers in Psychology에는 ‘생각하는 일이 정말 싫은 것인가’를 묻는 제목의 논평(Fox 외, 2014)이 실렸습니다. 제목으로 보아 위 해석을 따져 묻는 글로 보이지만 초록이 없어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어요.
이 실험이 본 장면은 자극이 없을 때의 불편함입니다. 자극이 넘치는데도 무료한 ‘권태사회’와는 장면이 반대에 가깝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어요(이 글의 해석).
주의와 의미, 두 축으로 보는 MAC 모델
Westgate와 Wilson(2018, Psychological Review)은 지루함을 가치 있는 목표에 맞는 활동에 주의를 제대로 쏟지 못할 때 생기는 정서 신호로 보는 MAC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초록에 따르면 지루함을 낳는 요인은 둘이에요. 하나는 주의 요인으로, 활동이 요구하는 인지적 노력과 내가 쓸 수 있는 정신 자원이 어긋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의미 요인으로, 지금 하는 활동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목표와 어긋나는 경우예요.
저자들은 이 모델이 자기 생각에 대한 지루함까지 설명한다고 주장하고, 모델을 뒷받침하는 네 가지 예측의 실증 근거를 소개했습니다. 어떤 연구에서 어떤 수치가 나왔는지는 초록에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어요.
이 틀을 바쁜 권태에 대어 보면 이렇게 읽을 여지가 있습니다(이 글의 해석). 일정이 가득해도 그 일들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 요인에서, 짧은 영상을 넘기느라 한 가지에 주의가 머물지 못한다면 주의 요인에서 지루함이 생길 수 있다는 식이에요. 하지만 MAC 모델 논문이 쇼츠나 SNS를 직접 다뤘는지는 초록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세 연구를 한 장에
| 연구 | 방법 | 확인된 내용 | 읽을 때 주의 |
|---|---|---|---|
| Eastwood 외 2012 | 지루함의 정의를 제안한 논문 |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못하는 불쾌한 경험, 주의로 설명 | 개념 제안이라 실험 수치가 없음 |
| Wilson 외 2014 | 11개 연구, 6~15분 혼자 생각하기 | 대체로 즐기지 않았고 일부는 전기 충격을 택함 | 초록에 표본 크기 없음, 자극이 없는 상황을 본 것 |
| Westgate·Wilson 2018 | 모델 제시와 근거 소개 | 주의 요인과 의미 요인 두 축 | 쇼츠·SNS를 직접 다뤘는지 초록에 없음 |
권태사회 진단과 연구를 나란히 놓으면
보도에 나온 진단을 연구와 하나씩 맞대 보면 어디까지가 확인된 이야기인지 드러납니다. 가운데 열은 이 글의 해석이에요.
| 보도의 진단 | 연구와 맞닿는 곳(이 글의 해석) | 아직 확인되지 않은 곳 |
|---|---|---|
| 할 일은 많은데 의미 있는 경험으로 쌓이지 않는다 | MAC 모델의 의미 요인(활동과 소중한 목표의 어긋남)과 닮음 | 경험이 의미로 쌓이는지를 잰 결과는 확인한 자료에 없음 |
| 자극이 넘치는데도 무료하다 | 지루함을 주의가 모이지 않는 상태로 정의(Eastwood 외 2012) |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 지루함이 늘어나는지 직접 본 결과는 확인하지 못함 |
| 사회 전체가 권태롭다(권태사회) | 개인의 정서 경험을 다룬 논문과는 층위가 다름 | 한국 사회에서 지루함이 늘었는지는 확인한 자료에 없음 |
지루함 신호 읽기 표 (이 글의 제안)
아래 표는 MAC 모델의 두 요인을 일상의 질문으로 옮겨 본 이 글의 제안이며, 검증된 진단 도구가 아닙니다. 지금의 느낌에서 출발해 어느 쪽에 가까운지 가늠하는 용도로만 써 보세요.
| 지금의 느낌 | 가까운 요인(이 글의 해석) | 던져 볼 질문 | 작게 바꿔 볼 것 |
|---|---|---|---|
| 너무 쉬워서 머리가 놀고 있다 | 주의 요인 | 이 일에 기준을 하나 더 올릴 수 있나 | 시간 제한을 두거나 완성도 기준을 하나 정한다 |
| 화면을 계속 넘기는데 남는 게 없다 | 주의 요인 또는 의미 요인 | 지금 보는 것 중 끝까지 보고 싶은 게 하나라도 있나 | 하나만 끝까지 보고 나머지는 닫는다 |
| 일은 끝냈는데 남는 느낌이 없다 | 의미 요인 | 이 일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어떤 목표와 이어지나 | 목표와 이어지는 일에 표시해 둔다 |
| 무엇에도 흥미가 없는 상태가 몇 주째다 | 이 표의 범위 밖 | 전문가와 이야기해 볼 때일 수 있다 | 아래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다 |
사흘 지루함 기록표 (이 글의 제안)
아래 표는 사흘 동안 지루했던 순간을 적어 두는 간단한 기록표로, 이 글이 만든 것이며 검증된 설문이 아닙니다. 주의는 ‘그 일에 얼마나 머물렀나’, 의미는 ‘내게 중요한 목표와 얼마나 이어지나’를 1점에서 5점으로 적습니다.
| 날짜 | 지루했던 때 | 하던 일 | 주의(1~5) | 의미(1~5) | 이어서 한 일 |
|---|---|---|---|---|---|
사흘 뒤 주의 점수가 낮은 순간이 많았다면 일의 난이도나 방해 요소를, 의미 점수가 낮은 순간이 많았다면 그 일이 어떤 목표와 이어지는지를 먼저 들여다보는 식으로 읽어 보세요(이 글의 해석). 사흘은 통계로 결론을 낼 만한 기간이 아닙니다. 내 일상의 방향을 눈으로 확인하는 용도로만 써 주세요.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 한국 사회에서 지루함이 늘었는지는 확인한 자료에 없습니다. ‘권태사회’는 트렌드 전망서의 진단이에요.
- 지루함이 나쁜 감정이라거나, 반대로 창의성에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글이 다룬 초록에는 그런 판정이 없습니다.
- 쇼츠나 SNS가 지루함을 키운다는 인과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세 논문의 초록에서 확인하지 못했어요.
지루함처럼 보여도 몇 주 넘게 흥미와 기력이 사라진 채 일상이 힘들다면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에서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복지로 안내 페이지에는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가 소개돼 있습니다(2026-10-13 복지로 안내 페이지 기준, 운영시간은 확인하지 못함). 비슷한 결의 글로 게으름의 심리 (의지 부족이 아니라 신호일 수 있는 이유)와 무기력증 극복하는 방법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벗어나는 심리 전략)이 있습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오늘 지루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하던 일, 주의, 의미’ 세 칸만 먼저 적어 두세요.
지루함 자주 묻는 질문
Q. 지루함은 심리학에서 어떻게 정의하나요?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 느끼는 불쾌한 경험으로 정의합니다(Eastwood 외, 2012). 초록에 따르면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제대로 쏟지 못하고, 그 상태를 알아차리고, 원인을 환경 탓으로 돌릴 때 지루함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Q.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정말 싫은 걸까요?
Wilson 연구진(2014)의 11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6분에서 15분 동안 혼자 생각만 하는 시간을 대체로 즐기지 않았고, 일부는 스스로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다만 같은 해 이 해석을 되묻는 제목의 논평이 나왔고 그 내용은 이 글이 확인하지 못했으니,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Q. MAC 모델은 지루함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나요?
주의 요인과 의미 요인 두 가지입니다(Westgate와 Wilson, 2018). 주의 요인은 활동이 요구하는 인지적 노력과 쓸 수 있는 정신 자원의 어긋남이고, 의미 요인은 활동과 소중히 여기는 목표의 어긋남입니다.
Q. 트렌드 코리아 2027의 권태사회는 무슨 뜻인가요?
『트렌드 코리아 2027』(미래의창)의 10대 키워드 중 첫 번째로 소개된 말입니다(2026-10-13 데일리안·노컷뉴스 보도 기준). 데일리안은 할 일은 많지만 의미 있는 경험으로 쌓이지 않는 ‘과잉형 권태’로, 노컷뉴스는 자극이 넘치는데도 무료함을 느끼는 ‘바쁜 권태’로 소개했습니다. 소비 트렌드 전망서의 진단이며 심리학 연구 결과는 아닙니다.
출처
- 데일리안, 『트렌드 코리아 2027』 김난도 교수 출간 간담회 기사 (2026-09-30)
- CBS노컷뉴스, 『트렌드 코리아 2027』 출간 기사 (2026-09-30)
- Eastwood, J. D., Frischen, A., Fenske, M. J., et al. (2012). The unengaged mind: Defining boredom in terms of attention.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7(5), 482-495. DOI 10.1177/1745691612456044
- Wilson, T. D., Reinhard, D. A., Westgate, E. C., et al. (2014). Just think: The challenges of the disengaged mind. Science, 345(6192), 75-77. DOI 10.1126/science.1250830
- Fox, K. C., Thompson, E., Andrews-Hanna, J. R., et al. (2014). Is thinking really aversive? A commentary on Wilson et al.'s "Just think: The challenges of the disengaged mind". Frontiers in Psychology, 5, 1427. DOI 10.3389/fpsyg.2014.01427
- Westgate, E. C., & Wilson, T. D. (2018). Boring thoughts and bored minds: The MAC model of boredom and cognitive engagement. Psychological Review, 125(5), 689-713. DOI 10.1037/rev0000097
- 복지로,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안내
확인 방법·확인일: 2026-10-13에 데일리안과 노컷뉴스 기사(둘 다 2026-09-30 게시)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7』의 10대 키워드와 ‘권태사회’ 설명을 확인했습니다. 노컷뉴스는 사진 설명과 본문이 간담회 날짜를 각각 25일과 30일로 적어 엇갈렸고, 이 글은 본문의 ‘30일 출간’을 따랐으며 출판사나 서점의 원 페이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Eastwood 외(2012), Wilson 외(2014), Fox 외(2014), Westgate·Wilson(2018)은 Europe PMC의 서지와 초록으로 확인했고 네 편 모두 본문 전체는 열람하지 못했으며, Fox 외 논평은 초록이 없습니다. 정신건강상담전화 번호는 복지로 안내 페이지(등록일 2020-07-01)에서 확인했고 운영시간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지루함 신호 읽기 표와 사흘 기록표는 이 글의 제안으로 검증된 방법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