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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길 위를 달리는 사람의 뒷모습

러너스 하이가 엔도르핀 때문이라는 설명은 연구마다 결론이 엇갈려서, 지금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논쟁 중인 가설에 가깝습니다.

읽고 나면 달리기와 걷기가 기분과 이어진다는 근거가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표 한 장으로 가리고, 내 운동 뒤 기분을 직접 적어 볼 기록표를 쓸 수 있습니다.

러닝 열풍이라는 말을 뉴스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데 공식 조사 숫자는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 줘요.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년 1월 19일 게시한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주로 하는 종목 1위는 걷기(40.5%)였습니다. 달리기(조깅·마라톤 포함)는 7.7%로 6위였고, 전년 4.8%보다는 올랐어요(2026-10-17 문화체육관광부 홍보물 기준).

이 숫자는 1·2·3순위를 합친 복수 응답이고 대상도 규칙적 운동 참여자라서, 국민 전체에서 달리는 사람의 비율은 아닙니다. 달리는 사람이 몇 명인지는 이 글이 확인하지 못했어요. 대신 달리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러너스 하이’가 정말 엔도르핀 덕분인지, 논문 초록을 열어 따라가 봤습니다.

숫자로 본 한국의 운동 종목

종목2025년(%)2024년(%)
걷기40.541.9
보디빌딩17.514.6
등산17.112.1
달리기(조깅, 마라톤 포함)7.74.8

표는 문체부 홍보물의 ‘주로 참여하는 체육활동 종목(1+2+3순위 기준)’에서 옮겼습니다. 홍보물은 걷기와 달리기의 종목 구분이 2023년과 달라졌다고 밝혀서, 이 글은 2024년과 2025년만 나란히 놓았어요.

러너스 하이란, 그리고 엔도르핀 설의 출발점

📌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지구력 운동 중이나 뒤에 나타나는 행복감과 불안 감소 같은 좋은 기분을 가리키는 말이고, 그 원인으로는 엔도르핀이 오래 지목돼 왔습니다.

엔도르핀 설에 힘을 실어 준 대표 연구는 Boecker 연구진(2008, Cerebral Cortex)입니다. 초록에 따르면 지구력 운동선수 10명이 뇌 PET 촬영을 두 번 받았어요. 한 번은 쉬는 상태에서, 다른 한 번은 2시간 동안 달린 뒤(거리는 21.5±4.7km)였습니다. 달린 뒤에는 앞이마와 변연계 쪽에서 오피오이드 수용체의 결합이 줄어 있었고, 도취감 점수가 높을수록 결합이 낮은 영역이 여럿이었어요. 연구진은 이 결과가 오피오이드 이론을 뒷받침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참가자가 10명이라 규모는 작습니다.

엔도르핀 설에 맞서는 연구

Siebers 연구진(2021, Psychoneuroendocrinology)은 설계가 달랐습니다. 63명이 이중맹검 방식으로 오피오이드를 막는 약(날트렉손) 또는 가짜 약을 받은 뒤, 트레드밀에서 45분 동안 중간 강도로 달리거나 걷는 조건을 비교했어요. 초록에 따르면 걷기보다 달리기에서 도취감이 높고 불안이 낮았으며, 혈중 엔도카나비노이드(아난다마이드, 2-AG)도 올랐습니다. 그런데 오피오이드를 막아도 도취감과 불안 감소는 사라지지 않았고, 러너스 하이를 보고한 사람의 비율도 두 집단이 비슷했어요. 연구진은 사람에서 러너스 하이가 오피오이드 신호에 달려 있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쥐 실험도 있습니다. Fuss 연구진(2015, PNAS)은 달리기의 불안 감소 효과가 전뇌 GABA 신경세포의 CB1 수용체(대마 유사물질 수용체)에 달려 있고, 통증 감소는 말초의 CB1과 CB2 수용체에 달려 있다고 보고했어요. 대마 유사물질이나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막아도 진정 효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도취감은 쥐에서 연구할 수 없다는 한계를 초록이 스스로 밝히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나

Siebers 연구진(2023, The Neuroscientist)은 체계적 문헌고찰로 사람 대상 연구를 모았습니다. 278건 가운데 21편이 기준을 통과했고, 운동 직후 엔도카나비노이드를 잰 17편 중 14편에서 수치가 올랐어요. 오래 이어간 지구력 운동 뒤에는 네 편에서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몇몇 연구가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치와 러너스 하이의 특징을 연결했지만, 방법상의 어려움 때문에 사람에서 이 물질이 관여한다는 믿을 만한 증거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저자들이 적었어요.

2026년에 같은 연구진이 낸 서술형 리뷰(Siebers, Canales-Romero, Fuss, The Neuroscientist)는 엔도르핀이냐 엔도카나비노이드냐를 양자택일로 보는 시각 자체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엔도카나비노이드계가 여러 신경조절물질을 조율하는 중심일 수 있고, β-엔도르핀은 통증과 스트레스 쪽 역할을 맡는다는 제안이에요. 이 리뷰는 초록만 열어 확인했습니다.

정리하면 엔도르핀 하나로 러너스 하이를 설명하는 단순한 이야기는 학계에서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엔도르핀이 아무 역할도 없다는 결론이 난 것은 아니에요. 2008년 연구처럼 오피오이드가 관여한다는 결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걷기는 어떨까

Miller와 Krizan(2016, Emotion)은 실험 세 건으로 일상적인 걷기를 살폈습니다. 걷기가 연구의 초점인 줄 모르는 상태에서도 긍정 정서가 올랐고, 지루한 상황에서도 효과가 나타났으며, 기분이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서기도 했어요. 세 번째 실험은 자세, 주변 사건, 실험자의 기대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참가자 수와 비교 조건은 초록에 나오지 않아 이 글은 적지 않았어요.

앞서 본 2021년 연구에서는 같은 45분이라도 달리기가 걷기보다 도취감을 더 높이고 불안을 더 낮췄습니다. 두 연구는 설계가 달라서 걷기와 달리기 가운데 무엇이 낫다고 가를 수는 없어요. 걷기도 긍정 정서와 이어지고, 실험실의 중간 강도 달리기는 도취감이 더 컸다고 나란히 읽으면 됩니다.

운동 종류와 기분, 100만 명 자료는

Chekroud 연구진(2018, The Lancet Psychiatry)은 미국 성인 1,237,194명의 설문 자료를 연령, 성별, 소득 같은 조건이 비슷한 사람끼리 짝지어 비교했습니다. 운동하는 사람은 지난 한 달 동안 정신건강이 나빴던 날이 1.49일(43.2%) 적었어요. 어떤 운동이든 그 부담이 낮은 쪽과 연결됐고(11.8~22.3%), 가장 큰 연관은 단체 운동(22.3%), 자전거(21.6%), 유산소·헬스(20.1%)에서 나타났습니다. 한 번에 45분, 일주일에 세~다섯 번일 때 연관이 가장 컸고, 더 많이 한다고 늘 더 좋지는 않다고 저자들이 적었어요.

횡단 조사라서 운동이 기분을 낫게 했는지, 기분이 나은 사람이 운동을 더 하는지는 가릴 수 없습니다. 초록에는 달리기와 걷기를 따로 뗀 수치도 없었어요.

연구 여섯 편을 한 장에

연구대상·설계확인된 내용읽을 때 주의
Boecker 외 2008선수 10명, 휴식 vs 2시간 달린 뒤 PET달린 뒤 오피오이드 수용체 결합이 줄고 도취감과 연관규모가 작음
Siebers 외 202163명, 날트렉손 vs 가짜 약, 45분 달리기·걷기오피오이드를 막아도 도취감·불안 감소 유지실험실 중간 강도 조건
Fuss 외 2015쥐 실험불안 감소는 CB1 수용체에 의존도취감은 쥐에서 연구 불가
Siebers 외 2023체계적 문헌고찰, 21편운동 직후 17편 중 14편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 상승사람에서 관여는 미확립
Miller·Krizan 2016실험 3건일상적 걷기가 긍정 정서를 높임참가자 수는 초록에 없음
Chekroud 외 2018미국 성인 1,237,194명, 횡단 조사운동하는 사람은 한 달 중 정신건강이 나쁜 날이 1.49일 적음원인을 가릴 수 없음

운동 뒤 기분 기록표 (이 글의 제안)

연구가 알려 주는 것은 평균적인 경향이라, 내 몸에서 어떤 운동이 기분과 이어지는지는 직접 재 봐야 압니다. 아래는 이 글이 만든 간단한 기록표이고 검증된 도구가 아니에요. 운동 전, 직후, 한 시간 뒤의 기분을 0점(아주 나쁨)부터 10점(아주 좋음)까지로 적고, 변화는 직후 점수에서 하기 전 점수를 뺀 값입니다.

날짜·운동(가상 예시)하기 전직후1시간 뒤변화(직후−전)
월 · 걷기 30분465+2
수 · 달리기 40분586+3
금 · 쉬는 날5-5-
내 기록    
내 기록    

위 숫자는 계산 방식을 보이려고 만든 가상의 값입니다. 첫 줄은 6에서 4를 빼서 +2가 나와요. 3주쯤 모으면 변화 칸이 플러스인 날이 어떤 운동에 몰려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열 번 남짓한 기록으로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고, 점수가 오르지 않은 날이 섞여 있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연구에서도 러너스 하이를 보고한 사람의 비율을 따로 집계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이 글의 해석).

여기까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은 운동이 우울이나 불안을 낫게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위 연구들은 운동 중이나 뒤의 기분, 그리고 설문에서 본 연관을 다뤘을 뿐이에요. 운동 중 통증이나 어지러움처럼 몸이 평소와 다른 신호를 보내면 멈추고, 지병이 있다면 운동 강도를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가라앉은 기분이 몇 주째 이어지거나 잠과 식사가 흔들린다면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에서 이야기를 나눠 보셔도 좋습니다. 복지로 안내 포스터에는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가 소개돼 있어요(2026-10-17 복지로 안내 페이지 기준, 운영시간은 확인하지 못함).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운동 말고 다른 방법이 궁금하다면 스트레스 해소법 총정리 (운동·명상·취미·수면 실천법)에 정리돼 있습니다. 그 글에는 운동이 엔도르핀 분비를 돕는다는 설명을 인용한 대목이 있는데, 위에서 본 것처럼 엔도르핀 설은 지금 논쟁 중이라 ‘그렇게 알려져 있다’ 정도로 읽어 주세요.

오늘 운동이 끝난 뒤 기분이 몇 점인지, 그 숫자 하나부터 적으면 기록표는 시작된 겁니다.

러너스 하이 자주 묻는 질문

Q. 러너스 하이는 엔도르핀 때문에 생기는 건가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선수 10명을 대상으로 한 2008년 PET 연구는 오피오이드 이론을 뒷받침했지만, 63명에게 오피오이드 차단제를 쓴 2021년 이중맹검 연구에서는 차단해도 도취감과 불안 감소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23년 체계적 문헌고찰은 사람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의 관여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정리했습니다.

Q.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나요?
일상적인 걷기가 긍정 정서를 높였다는 실험 세 건의 보고가 있습니다(Miller와 Krizan, 2016). 다만 45분 중간 강도 실험에서는 달리기가 걷기보다 도취감을 더 높이고 불안을 더 낮췄으므로, 두 연구를 직접 견줄 수는 없습니다.

Q. 한국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주로 하는 종목으로 달리기(조깅, 마라톤 포함)를 꼽은 비율은 7.7%로 6위였고, 걷기는 40.5%로 1위였습니다(2026-10-17 문화체육관광부 홍보물 기준). 1·2·3순위를 합친 복수 응답이라 전체 국민 중 달리는 사람의 비율은 아닙니다.

Q. 얼마나 달려야 러너스 하이가 오나요?
이 글이 확인한 연구에서는 최소 시간 기준을 찾지 못했습니다. 2008년 PET 연구는 2시간 달린 뒤를, 2021년 연구는 45분 중간 강도 달리기를 다뤘고 조건이 서로 다릅니다.

출처

확인 방법·확인일: 2026-10-17에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조사 홍보물 페이지에서 걷기 40.5%, 달리기 7.7%(6위)와 전년 값, 1+2+3순위 기준 표기를 확인했습니다. 개요 페이지에서 표본 9,000명과 현장조사 기간을, 보도자료 페이지에서는 제목과 게시일(2026-01-19)만 확인했고 첨부 파일은 열지 못했습니다. 달리기 인구 수나 ‘러닝 인구 천만’ 같은 보도 수치는 원자료를 확인하지 못해 쓰지 않았어요. 일곱 편의 논문(표의 여섯 편과 2026년 리뷰)은 모두 Europe PMC의 서지와 초록으로 확인했고 본문 전체는 열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참가자 수와 세부 수치는 초록에 있는 것만 옮겼고, 2026년 리뷰는 초록 내용만 소개했어요. 정신건강상담전화 번호는 복지로 안내 포스터 페이지(등록일 2020-07-01)에서 확인했고 운영 기관과 운영시간은 그 페이지에 없었습니다. 운동 뒤 기분 기록표는 이 글의 제안이며 검증된 도구가 아니고, 표 속 숫자는 가상의 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