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래를 찾아 듣는 이유 4가지, 듣는 방식의 차이
한 온라인 설문(772명)에서 슬픈 노래를 즐기는 보상으로 꼽힌 것은 상상, 감정 조절, 공감, 현실의 부담이 없다는 점입니다.
읽고 나면 내가 슬픈 노래를 위로로 쓰는지, 감정을 쏟아내는 데 쓰는지, 기분 전환에 쓰는지 기록표 한 장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10월 31일은 흔히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불리는 날이에요. 2014년 10월 31일 스포츠경향 인터뷰 기사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1982년 첫 정규 음반에 실려 크게 히트한 곡이고, 매해 이날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방송되는 노래로 꼽힌다고 전했습니다.
그 기사가 나온 지 12년이 지났으니 올해의 방송 횟수나 순위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다만 쓸쓸한 노래를 일부러 찾아 듣는 일은 심리학에서도 오래 따져 온 질문입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슬픔보다 향수가 먼저였다
Taruffi와 Koelsch(2014, PLoS One)는 온라인 설문에 응한 772명에게 슬픈 음악을 왜 듣고 즐기는지 물었습니다. 여성이 495명(64.1%)이었고 평균 나이는 남녀 모두 28세 안팎이었어요. 자란 곳은 유럽이 52.8%, 아시아가 29.1%, 북미가 15.8%였고, 학생 대상 메일링 리스트와 연구 클러스터 소식지로 참가자를 구했습니다.
슬픈 음악을 즐기는 이유로는 네 가지 보상이 나왔습니다. 상상은 음악이 전하는 풍부한 표현을 내가 가진 것처럼 떠올리는 즐거움이고, 감정 조절은 듣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에요. 공감은 음악의 슬픔을 다른 사람의 슬픔처럼 헤아리는 즐거움, 현실의 부담이 없다는 점은 실제 슬픔의 강도 없이 슬픔을 균형 있게 즐기는 것입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감정 목록이었어요. 논문이 쓴 GEMS 목록에서 응답자가 고른 감정은 아래와 같고, 한 사람이 여러 개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1인당 평균 3.33개).
| 슬픈 음악을 들을 때 느낀 감정 | 고른 응답자 비율 |
|---|---|
| 향수(nostalgia) | 76% |
| 평온(peacefulness) | 57.5% |
| 다정함(tenderness) | 51.6% |
| 슬픔(sadness) | 44.9% |
| 경이로움(wonder) | 38.3% |
슬픈 음악에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향수였습니다. 응답자의 54.4%(772명 중 420명)는 슬플 때 슬픈 음악이 좋다고 했고, 기분이 좋을 때 그렇다고 한 사람은 32.7%였어요. 슬픈 음악을 찾게 되는 상황으로는 ‘슬플 때’, 이별, 상실, 직장이나 학교의 스트레스, 다툰 뒤의 화가 많이 꼽혔습니다.
저자들이 적은 한계도 있어요. 지난 경험을 떠올려 답하는 설문이라 기억이 틀릴 수 있고, 성격 특성과의 상관은 r이 .2보다 작아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응답자의 평균 나이가 28세 안팎이고 학생 메일링 리스트가 주된 경로였다는 점도 알아 둘 만해요.
즐거움이 되는 조건, 리뷰 논문 두 편
Sachs, Damasio, Habibi(2015,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의 체계적 문헌고찰은 슬픈 음악이 즐거움이 되는 조건을 세 가지로 제안했습니다.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미학적으로 끌릴 때, 기분 조절이나 공감처럼 심리적 이득이 있을 때예요. 지난 일을 떠올리고 되새기는 것이 그 이득의 예로 나옵니다.
Eerola 연구진(2018, Physics of Life Reviews)은 이 즐거움을 생물학·심리사회·문화 세 층위로 나눠 근거를 따졌습니다. 초록에 따르면 근거는 생물학 층위에서 약하거나 거의 없고, 심리 층위에서 중간, 문화 층위에서 시사적인 수준이었어요. 어느 한 층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같은 슬픈 노래, 듣는 방식은 달랐다
📌 음악을 통한 기분 조절(music in mood regulation)은 사람들이 스스로 음악을 골라 들으며 정서를 다루는 일을 가리키며, Carlson 연구진(2015)은 이를 일곱 가지 전략으로 나누어 측정했습니다.
일곱 가지 이름은 Entertainment, Revival, Strong Sensation, Diversion, Discharge, Mental Work, Solace입니다. 이 글이 확인한 범위에서 논문이 뜻을 풀어 쓴 것은 세 가지였어요. Discharge는 화나 슬픔 같은 기분일 때 그 기분에 맞는 음악을 골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Solace는 비슷하게 시작하지만 듣고 나서 위로받는 것이며, Diversion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에서 주의를 돌려 지금 기분을 잊으려는 것입니다. 나머지 네 가지의 뜻풀이는 찾지 못해 옮기지 않았습니다.
Carlson 연구진(2015,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은 18~55세 123명에게 우울, 불안, 신경성 성향과 위 전략의 사용을 물었습니다. Discharge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불안(r = .24)과 신경성(r = .20)이 높았고, 남성만 보면 r이 .36과 .32로 더 컸어요. 우울 점수와는 유의한 상관이 없었습니다.
Diversion과 Solace는 우울·불안·신경성 어느 것과도 상관이 없었고, 여성에서는 어떤 전략도 심리 지표와 상관이 없었어요. 이 연구 가운데 56명은 fMRI로 뇌 반응도 쟀지만, 이 글은 그 부분을 다루지 않습니다.
저자들이 직접 적은 한계가 중요합니다. 설문이라 인과를 가릴 수 없고, 헬싱키 지역의 비교적 젊은 표본에 직업 음악가가 섞여 있으며, 여러 비교를 보정하지 않아 우연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 ‘감정을 쏟아내려 듣는 사람이 불안해진다’가 아니라 ‘그렇게 많이 듣는다고 답한 사람이 더 불안한 경향이 있었다’까지만 말할 수 있습니다. 불안한 사람이 그렇게 듣게 됐을 수도 있으니까요.
Taruffi 연구진(2017, Scientific Reports)은 슬픈 음악과 즐거운 음악을 들려주고 ‘음악이 멈추기 직전 주의가 어디에 있었나’를 1점(음악에 온전히)에서 7점(다른 곳에 온전히)으로 물었습니다. 온라인 실험 1A(분석 216명)에서 딴생각 점수는 슬픈 음악 3.71, 즐거운 음악 3.28이었고 효과 크기는 작았어요(d = 0.21).
슬픈 음악을 들을 때 떠오른 생각은 자기와 더 관련된 내용이었고(3.80 대 3.17), 부정적·긍정적 감정 단어가 섞여 있었습니다. fMRI 실험(24명)에서는 슬픈 음악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중심성을 높였어요. 다만 이 연구는 반추(곱씹기)나 우울을 재지 않았고, 저자들은 즐거운 음악이 반추를 줄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을 뿐입니다. 음악이 없을 때와 견준 결과도 아니에요.
Gustavson 연구진(2021, Translational Psychiatry)의 범위 문헌고찰은 더 큰 그림을 보여 줍니다. 음악 참여가 삶의 질, 낮은 우울·불안 증상, 적은 물질 사용과 긍정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들을 정리하면서도, 많은 연구가 표본이 작고 방법상 한계가 있으며 음악 참여의 일부 측면은 더 나쁜 정신 건강과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적었어요.
연구 여섯 편을 한 장에
앞의 세 열은 초록과 열어 본 본문에서 확인한 내용이고, 마지막 열은 읽을 때 조심할 점입니다.
| 연구 | 대상·방법 | 확인된 내용 | 읽을 때 주의 |
|---|---|---|---|
| Taruffi·Koelsch 2014 | 온라인 설문 772명 | 보상 4가지. 향수 76%, 슬픔 44.9%. 슬플 때 슬픈 음악이 좋다 54.4% | 지난 경험을 떠올린 응답, 성격 상관은 r이 .2 미만 |
| Sachs 외 2015 | 체계적 문헌고찰 | 즐거움이 되는 조건 3가지(위협적이지 않음, 미학적 끌림, 심리적 이득) | 초록에 표본·수치 없음 |
| Eerola 외 2018 | 통합 문헌고찰 | 근거는 생물학 약함~거의 없음, 심리 중간, 문화 시사적 | 초록만 확인, 한 층위만으로는 설명 안 됨 |
| Carlson 외 2015 | 설문 123명, 그중 56명 fMRI | Discharge와 불안 r = .24, 신경성 r = .20. Diversion·Solace는 상관 없음 | 인과 못 가림, 여러 비교 보정 안 함, 헬싱키 지역 표본 |
| Taruffi 외 2017 | 온라인 실험 216명·140명, fMRI 24명 | 슬픈 음악에서 딴생각 점수 3.71 대 3.28, 자기 관련 생각 3.80 대 3.17 | 반추·우울 미측정, 효과 크기 작음(d = 0.21), 음악 없는 기준선 없음 |
| Gustavson 외 2021 | 범위 문헌고찰 | 음악 참여와 삶의 질·낮은 우울·불안 증상의 긍정적 연관, 일부 측면은 더 나쁜 결과와 연관 | 초록만 확인, 연구 표본이 작은 경우가 많음 |
듣고 난 뒤 20분 기록표
연구가 갈라 놓은 듣기 방식을 내 경우에 대 보려는 표예요. 아래 두 표는 이 글의 제안이며 연구가 검증한 도구가 아닙니다. 첫 번째는 듣기 전과 20분 뒤의 기분을 0점(매우 나쁨)에서 10점(매우 좋음)으로 적는 빈 틀입니다.
| 날짜 | 듣기 전 기분 | 듣는 이유 | 듣는 동안 | 20분 뒤 기분 | 또 같은 방식으로? |
|---|---|---|---|---|---|
| 월·일 | 0~10점 | 위로·기분 전환·감정 배출 중 하나 | 주의가 어디에 있었는지 한 줄 | 0~10점 | 예·아니오 |
기록이 서너 번 쌓이면 아래 표로 읽어 볼 수 있어요. 가운데 열은 Carlson 연구의 이름에 견준 것일 뿐 진단이 아닙니다.
| 기록에서 보이는 모양 | 연구의 이름에 견주면 | 다음에 해 볼 일(이 글의 제안) |
|---|---|---|
| 20분 뒤 기분이 올라 있고 편안하다 | Solace(위로)에 가까움 | 그대로 두되 하루 한두 곡처럼 시간을 정해 두기 |
| 듣는 동안 후련했지만 20분 뒤에는 그대로이거나 불안이 남는다 | Discharge(감정 배출)에 가까움 | 같은 곡 반복 대신 걷기나 물 마시기 같은 다른 활동 한 가지를 끼워 보기 |
| 듣는 동안 딴생각이 늘고 같은 장면이 맴돈다 | 슬픈 음악에서 자기 관련 생각이 늘었던 2017년 결과와 맞닿음 | 곡을 바꾸거나 소리를 줄이고, 떠오른 생각을 한 줄 적은 뒤 끄기 |
| 듣고 나서 더 가라앉는 날이 며칠 이어진다 | 이 글이 판단할 수 없음 | 아래 안내처럼 전문가와 이야기하기 |
이 연구들이 말하지 않는 것
위 연구는 대부분 유럽 중심의 설문과 실험실 과제입니다. 한국 청취자에게 그대로 옮길 수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고, 곡의 종류나 가사, 듣는 사람의 취향이 결과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이 글이 열어 본 자료로는 알 수 없어요.
슬픈 음악을 들어도 가라앉은 기분이 나아지지 않거나 우울·불안이 며칠째 이어지고 잠이나 식사가 흐트러진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과 이야기해 보세요. 보건복지부 안내에 따르면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는 전국 공통 번호이고, 휴대전화로 걸면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되며 야간과 공휴일에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됩니다(2026-10-18 보건복지부 안내 기준).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불쾌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알아차리는 연습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법 (수전 데이비드 감정이라는 무기 속 감정적 민첩성 4단계)에서, 무서움처럼 불쾌한 감정이 즐거움이 되는 조건은 공포를 즐기는 심리, 무서움이 재미가 되는 조건에서 이어 볼 수 있어요. 향수가 위로가 될 때와 무거워질 때는 10월 29일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오늘 밤 슬픈 노래를 한 곡 듣는다면 듣기 전과 20분 뒤의 숫자만 적어 보세요. 내 경우를 가늠하는 출발점으로는 그 두 숫자면 충분합니다.
슬픈 음악 심리 자주 묻는 질문
Q. 슬픈 노래를 들으면 왜 오히려 기분이 나아지나요?
Taruffi와 Koelsch(2014)의 설문(772명)에서 슬픈 음악의 보상 네 가지 가운데 하나로 감정 조절, 곧 듣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 나왔습니다. 다만 지난 경험을 떠올려 답한 설문이라 슬픈 노래가 기분을 나아지게 했다는 인과까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Q. 슬픈 음악을 들으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슬픔인가요?
아닙니다. 같은 설문에서 가장 많이 고른 감정은 향수 76%였고 슬픔은 44.9%였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감정을 고를 수 있었고 1인당 평균은 3.33개였습니다.
Q. 슬플 때 슬픈 노래만 들으면 불안이 커지나요?
Carlson 연구진(2015)의 123명 설문에서 감정 배출(Discharge) 전략을 많이 쓴다고 답한 사람일수록 불안(r = .24)과 신경성(r = .20)이 높은 경향이었습니다. 설문이라 인과를 가릴 수 없고, 위로(Solace)와 기분 전환(Diversion) 전략은 불안과 상관이 없었습니다.
Q. 슬픈 음악을 들으면 딴생각이 늘어나나요?
Taruffi 연구진(2017)의 온라인 실험 1A(분석 216명)에서 딴생각 점수는 슬픈 음악 3.71, 즐거운 음악 3.28이었고 효과 크기는 작았습니다(d = 0.21). 이 연구는 반추나 우울을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 Taruffi, L., & Koelsch, S. (2014). The paradox of music-evoked sadness: An online survey. PLoS ONE, 9(10), e110490. DOI 10.1371/journal.pone.0110490
- Sachs, M. E., Damasio, A., & Habibi, A. (2015). The pleasures of sad music: A systematic review.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9, 404. DOI 10.3389/fnhum.2015.00404
- Eerola, T., Vuoskoski, J. K., Peltola, H.-R., Putkinen, V., & Schäfer, K. (2018). An integrative review of the enjoyment of sadness associated with music. Physics of Life Reviews, 25, 100-121. PubMed 29198528
- Carlson, E., Saarikallio, S., Toiviainen, P., Bogert, B., Kliuchko, M., & Brattico, E. (2015). Maladaptive and adaptive emotion regulation through music: A behavioral and neuroimaging study of males and females.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9, 466. DOI 10.3389/fnhum.2015.00466
- Taruffi, L., Pehrs, C., Skouras, S., & Koelsch, S. (2017). Effects of sad and happy music on mind-wandering and the default mode network. Scientific Reports, 7, 14396. DOI 10.1038/s41598-017-14849-0
- Gustavson, D. E., Coleman, P. L., Iversen, J. R., Maes, H. H., Gordon, R. L., & Lense, M. D. (2021). Mental health and music engagement: Review, framework, and guidelines for future studies. Translational Psychiatry, 11, 370. DOI 10.1038/s41398-021-01483-8
- 스포츠경향, (인터뷰)‘잊혀진 계절’ 부른 가수 이용 “나는 행복한 가수” (2014-10-31)
-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복지센터 및 정신건강상담전화 운영
확인 방법·확인일: 2026-10-18에 Taruffi·Koelsch(2014), Carlson 외(2015), Taruffi 외(2017)는 PubMed Central에 공개된 본문의 앞부분(약 10만 자)과 Europe PMC 초록을 열어 확인했고, Sachs 외(2015), Eerola 외(2018), Gustavson 외(2021)는 Europe PMC 초록까지만 확인했습니다. 뒤의 세 편은 표본이나 수치가 초록에 없어 쓰지 않았고, 앞의 세 편도 본문 끝부분은 열람하지 못했습니다. Carlson 외(2015)에서 Entertainment, Revival, Strong Sensation, Mental Work의 뜻풀이는 확인한 범위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잊혀진 계절’에 관한 내용은 2014년 스포츠경향 기사 한 건으로 확인했으며 올해의 방송 횟수나 순위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신건강상담전화 안내는 보건복지부 누리집(최종 수정일 2025-08-19 표기)에서 확인했습니다. 20분 기록표와 해석 열은 이 글의 제안이며 연구가 검증한 방법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