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vs 동메달, 누가 더 행복해 보일까 (연구 3편)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덜 행복해 보일 때가 있지만, 연구들은 그 이유를 메달 색보다 비교 대상과 기대로 설명합니다.
읽고 나면 요즘 마음에 걸리는 아쉬운 일 하나를 골라, 그 아쉬움이 기대에서 왔는지 코앞의 기준선에서 왔는지 표 한 장으로 가를 수 있습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10월 4일 일요일 폐막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대회 조직위원회 공지로 확인). 시상대 위 표정을 보고 은메달과 동메달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한가를 따진 연구는 1995년 이후 심리학에서 이어져 왔어요.
1995년 논문이 가장 유명하고, 2005년과 2021년의 연구가 그 결과를 다시 따져 봤습니다. 결론은 ‘동메달이 이긴다’처럼 단순하지 않았어요.
반사실적 사고란 무엇인가
📌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는 과거가 다르게 흘러갔을 수도 있다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일이며, Roese(1997)는 이것이 감정에 해롭게도 이롭게도 작용한다고 정리했습니다.
‘한 문제만 더 맞혔더라면’이나 ‘금메달을 땄더라면’ 같은 생각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Roese의 초록에 따르면 이런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저절로 떠오르고, 지금의 결과를 달랐을 수 있는 결과와 견주면서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요.
반대로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짚게 하는 이로운 면도 있고, 저자는 전체로는 이득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초록만 열어 봐서 ‘전체로는 이득’이라는 결론이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1992년 하계올림픽, 동메달이 더 환해 보였다
Medvec 연구진(1995,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은 1992년 하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와 은메달리스트의 감정 반응을 경기 직후와 시상대 위에서 살폈습니다. 초록에 따르면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했어요. 성적은 은메달이 더 좋은데도 그랬습니다.
연구진이 든 이유는 비교 대상이에요. 은메달 선수는 ‘금메달을 땄을 수도 있었다’는 쪽과 견주고, 동메달 선수는 ‘메달 없이 끝날 수도 있었다’는 쪽과 견준다는 설명입니다. 증거는 1992년 올림픽과 1994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게임스에서 나왔다고 해요.
후속 논문인 McGraw 외(2005)는 이 연구를 학생들이 녹화 영상을 보고 선수의 행복 정도를 판단한 것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행복’은 선수 본인이 매긴 점수가 아니라 영상을 본 사람의 판단이에요. Medvec 연구의 초록에는 표본 크기와 수치가 없습니다.
2000년 시드니, 기대가 끼어들었다
McGraw 연구진(2005,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은 이 해석에 기대라는 변수를 더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영상에 금메달 선수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를 더해 다시 평가하게 했어요. 은메달 결정전에서 막 진 선수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막 이긴 선수처럼 직전 경기의 승패가 감정을 흔들 수 있는 경우는 뺐습니다.
스포츠에 관심이나 지식이 없다고 답한 대학생 26명이 소리와 선수 정보 없이 90개 장면을 보고, ‘1 고통’에서 ‘10 황홀’까지 10점 척도로 점수를 매겼습니다. 평균은 금메달 7.9, 은메달 6.6, 동메달 6.3, 메달 없음 4.3이었어요. 이번에는 은메달이 동메달보다 조금 높았지만,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었는지는 열어 본 부분에서 확인하지 못했어요.
1992년 영상의 결과와 어긋나 보이지만, 논문은 각주에서 1992년 자료도 같은 경우를 빼고 보면 동메달이 여전히 더 행복해 보이되 차이는 줄었다고 적었어요. 그리고 기대라는 변수를 더 들여다봤습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예측으로 선수의 기대 순위를 넣어 보니,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던 동메달 선수가 금메달을 기대한 은메달 선수보다 행복해 보였어요. 다만 실제 순위의 설명력(η² = .23)이 기대와의 차이(η² = .05)보다 컸다는 점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같은 논문의 실험 두 편도 방향이 같았습니다. 대학생 77명에게 가상의 선수 상황을 주고 감정을 추정하게 했을 때, 메달을 기대하지 않은 동메달 선수가 금메달을 기대한 은메달 선수보다 더 기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대학생 126명이 시험을 치르고 성적에 따라 3달러나 2달러를 받는 실험도 있었습니다. 연습 시험에서 상위권이라는 거짓 피드백을 받아 기대가 높아진 학생은 같은 보상에도 덜 기뻐했고, 연습 피드백이 없던 학생은 기쁨이 실제 보상을 따라갔을 뿐 바로 옆의 경계선에는 영향받지 않았어요.
2021년 표정 분석, 두 설명이 함께 지지됐다
Hedgcock 연구진(2021,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은 Medvec 연구를 개념적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올림픽 멀티미디어 라이브러리와 게티이미지에서 2000~2016년 올림픽 시상대 사진을 모아 자동 표정 분석을 돌렸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예측을 붙여 기대를 가늠했어요.
초록은 ‘비교 대상 설명’과 ‘기대 설명’ 두 가지 모두를 지지하는 증거를 얻었다고 적었습니다. 표본 크기와 분석 소프트웨어는 초록에 나오지 않고 본문은 열람하지 못해, 얼마나 지지했는지는 말할 수 없어요. 이 글이 확인한 것은 ‘둘 중 하나만 맞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한 것으로 보고됐다’는 방향까지입니다.
연구 세 편을 한 장에
앞의 세 열은 초록과 열어 본 본문에서 확인한 내용이고, 마지막 열은 읽을 때 조심할 점입니다.
| 연구 | 대상·방법 | 확인된 내용 | 읽을 때 주의 |
|---|---|---|---|
| Medvec 외 1995 | 1992년 하계올림픽 동·은메달 선수의 경기 직후와 시상대 반응, 1994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게임스 |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 비교 대상(금메달 대 메달 없음)으로 설명 | 초록에 표본 크기·수치 없음. 행복은 영상을 본 학생의 판단(McGraw 외의 설명 기준) |
| McGraw 외 2005 | 시드니 2000 영상을 학생 26명이 90개 장면으로 평가(10점 척도), 실험 2편(77명, 126명) | 평균 금 7.9·은 6.6·동 6.3·메달 없음 4.3. 메달을 기대하지 않은 동메달이 금을 기대한 은메달보다 행복해 보임 | 평가자는 선수 이름과 성적을 모르는 학생. 선수 본인의 보고가 아님 |
| Hedgcock 외 2021 | 2000~2016년 시상대 사진, 자동 표정 분석,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예측 | 비교 대상 설명과 기대 설명을 모두 지지 | 초록에 표본 크기·소프트웨어 이름 없음, 본문 미열람 |
| Roese 1997(개념 정리) | 문헌 개관 | 반사실적 사고는 해롭기도 이롭기도 하며, 전체로는 이득이라고 정리 | 개관 논문이고 초록만 확인 |
내 아쉬움은 어디서 왔을까, 세 칸 점검표
아래 세 가지는 위 연구에서 끌어낸 이 글의 제안이며 검증된 도구가 아닙니다. 아쉬움을 키우는 재료를 세 칸으로 나눠 본 것이에요.
- 기대: 결과가 나오기 전에 나는 어느 정도를 예상했나요? 시드니 영상 연구에서는 기대가 낮을수록 같은 결과가 더 기쁘게 보였습니다.
- 코앞의 기준선: 이 결과 바로 위에 합격선, 메달권, 목표 기록 같은 선이 있었나요? Medvec 연구가 설명에 쓴 ‘메달이냐 아니냐’ 같은 경계가 이런 선입니다. McGraw 논문은 학점 실험(Medvec·Savitsky 1997)도 소개했는데, B− 문턱을 간신히 넘어 B를 받는다고 상상한 학생이 A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친 B+를 받는다고 상상한 학생보다 기분이 나았다고 해요. 이 후속 연구의 원문은 열지 못했습니다.
- 비교 대상: 지금 ‘더 나았을 결과’를 무엇과 놓고 있나요? 금메달이라는 위쪽 비교는 아쉬움을, 메달 없음이라는 아래쪽 비교는 안도를 부른다는 것이 1995년 논문의 설명입니다.
아래 표는 세 칸을 채우는 방식을 보여 주는 예시입니다. 상황과 칸의 내용은 모두 가정한 것이며 누군가의 실제 기록이 아닙니다.
| 가정한 상황 | 기대 | 코앞의 기준선 | 떠올리는 비교 | 아쉬움(이 글의 해석) |
|---|---|---|---|---|
| 자격시험에서 합격선 1점 아래로 불합격 | 합격을 확신 | 합격선 | 한 문제만 더 맞혔더라면 | 큼: 기대가 높고 기준선이 코앞 |
| 4시간 완주가 목표인 마라톤에서 4시간 1분 | 목표 달성을 예상 | 4시간이라는 숫자 | 1분만 빨랐더라면 | 큼: 위쪽 비교가 쉬움 |
| 탈락을 예상한 공모전에서 입선 | 낮음 | 입선과 탈락의 경계 | 떨어질 수도 있었는데 | 작음: 아래쪽 비교로 안도 |
세 칸을 적고 나면 아쉬움의 크기가 사건의 크기와 꼭 맞지 않는다는 점이 보일 수 있어요. 같은 4시간 1분이라도 목표를 4시간 30분으로 잡았다면 기록은 같은데 마음은 달랐겠죠. 연구가 말한 것은 결과 자체보다 그 결과를 무엇과 견주느냐가 감정에 끼어든다는 데까지입니다.
‘~했더라면’ 뒤에 한 줄 덧붙이기
Roese의 초록은 반사실적 사고에 원인을 짚게 하는 이로운 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글은 거기서 한 가지를 끌어냈어요. 아쉬운 생각이 떠오르면 ‘~했더라면’ 뒤에 ‘다음에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를 한 줄 적어 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기분을 나아지게 한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고, 어디까지나 이 글의 제안이에요. 생각이 맴돌아 괴로울 때는 자기 거리두기 하는 법, 1인칭 질문을 3인칭으로 바꾸기를 함께 볼 수 있고, 남의 성과와 견주며 아쉬움이 커지는 경우라면 비교하는 습관, 왜 SNS에서 더 심해질까 (사용 기준 3가지)가 이어서 읽기 좋습니다.
이 연구들이 말하지 않는 것
위 연구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영상을 본 평가자, 대학생 실험 참가자를 다뤘습니다. 앞의 두 연구에서 행복 정도는 영상을 본 사람의 판단이고 2021년 연구는 표정을 기계로 분석한 것이라, 어느 쪽도 선수가 직접 매긴 점수가 아니에요. 시상대 표정이 속마음과 같은지는 이 글이 확인한 자료로 가를 수 없습니다.
일상의 아쉬움이나 한국 독자에게 그대로 옮길 수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어요. 2026년 아시안게임 선수들의 표정이나 성적을 다룬 연구는 이 글이 찾은 범위에 없습니다.
아쉬움이나 자책이 며칠째 가라앉지 않고 잠이나 식사,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과 이야기해 보세요. 보건복지부 안내에 따르면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는 전국 공통 번호이고, 휴대전화로 걸면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되며 야간과 공휴일에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됩니다(2026-10-18 보건복지부 안내 기준).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오늘 아쉬웠던 일 하나를 세 칸에 적어 보세요. 어느 칸이 가장 큰지 들여다보는 데까지가 이 글이 건넬 수 있는 제안입니다.
은메달 동메달 심리 자주 묻는 질문
Q. 반사실적 사고란 무엇인가요?
과거가 다르게 흘러갔을 수도 있다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일입니다. Roese(1997)의 초록은 이런 생각이 감정에 해롭기도 이롭기도 하며, 전체로는 이득이 된다고 정리했습니다.
Q.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하다는 연구는 사실인가요?
1992년 하계올림픽을 다룬 Medvec 연구진(1995)은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 영상을 평가한 McGraw 연구진(2005)에서는 평균 점수가 은메달 6.6, 동메달 6.3으로 은메달이 조금 높았습니다. 두 연구 모두 행복 정도는 영상을 본 사람의 판단입니다.
Q. 은메달리스트가 덜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Medvec 연구진은 은메달 선수가 금메달과, 동메달 선수가 메달 없는 결과와 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cGraw 연구진은 여기에 기대를 더해 기대가 높은 선수일수록 같은 결과에 더 실망한다고 보았고, 2021년 연구는 두 설명이 모두 지지된다고 보고했습니다.
Q. 시드니 영상 연구에서 기대는 얼마나 중요했나요?
실제 순위의 설명력(η² = .23)이 기대와의 차이(η² = .05)보다 컸습니다. 기대를 함께 넣으면 메달을 기대하지 않은 동메달 선수가 금메달을 기대한 은메달 선수보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출처
- Medvec, V. H., Madey, S. F., & Gilovich, T. (1995). When less is more: Counterfactual thinking and satisfaction among Olympic medalis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4), 603-610. DOI 10.1037/0022-3514.69.4.603
- McGraw, A. P., Mellers, B. A., & Tetlock, P. E. (2005). Expectations and emotions of Olympic athlete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1(4), 438-446. DOI 10.1016/j.jesp.2004.09.001
- Hedgcock, W. M., Luangrath, A. W., & Webster, R. (2021). Counterfactual thinking and facial expressions among Olympic medalists: A conceptual replication of Medvec, Madey, and Gilovich's (1995) finding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50(6), e13-e21. PubMed 33166162
- Roese, N. J. (1997). Counterfactual thinking. Psychological Bulletin, 121(1), 133-148. PubMed 9000895
-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Closing Ceremony of the 20th Asian Games Aichi-Nagoya 2026
-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복지센터 및 정신건강상담전화 운영
확인 방법·확인일: 2026-10-18에 Medvec 외(1995), Hedgcock 외(2021), Roese(1997)의 서지와 초록은 Europe PMC에서 열어 확인했고, McGraw 외(2005)는 저자 소속 대학 누리집에 올라온 논문 PDF를 열어 본문의 표본, 평균, 효과 크기를 확인했습니다. 앞의 세 편은 본문 전체를 열람하지 못해 초록에 나온 내용까지만 썼고, Medvec 외(1995)와 Hedgcock 외(2021)의 표본 크기와 수치는 초록에 없어 쓰지 않았습니다. Medvec·Savitsky(1997)의 학점 실험은 McGraw 외(2005)가 소개한 내용을 옮겼으며 원문은 열지 못했습니다. 아시안게임 폐막일은 같은 날 대회 조직위원회 누리집 공지(2026-10-07 게시)에서 확인했고, 정신건강상담전화 안내는 보건복지부 누리집(최종 수정일 2025-08-19 표기)에서 확인했습니다. 세 칸 점검표와 ‘다음에는’ 한 줄은 이 글의 제안이며 연구가 검증한 방법이 아닙니다. 점검표 속 상황은 가정한 것이고 실제 기록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