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강의를 결제하고, 시간을 쪼개어 앉았는데, 10분 만에 집중력은 흐려지고 손은 저절로 SNS로 향합니다. 멈춰서 다시 돌려봐도 금방 잊혀지고, 결국 '수강 완료'만 목표가 되어버리는 그 순간. "내가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주로 더 좋은 강의나 기술적 꿀팁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어떻게 들을까'가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학습'이라는 행위 자체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그 오해를 바로잡아줄 통찰은, 생각보다 오래전에 쓰인 '교육학 고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수동적인 '청취자'에서 능동적인 '탐구자'로 바꿔줄, 교육학 고전을 통한 '학습법의 재설계'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고전이 던지는 첫 번째 질문: "당신은 왜 배우는가?" - 목적의 재정의
대부분의 온라인 학습은 '지식 획득'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존 듀이 같은 교육학 고전은 '경험의 재구성' 을 진정한 학습의 목표로 봅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 여러분의 학습 목표를 이렇게 바꿔써보세요.
기존 목표: "데이터 분석 강의에서 모든 함수를 배운다."
재정의된 목표: "이 강의를 통해, 내가 마주한 실제 업무 데이터의 난제 하나를 해결하는 '경험'을 설계한다."
이 미세한 차이가 만드는 차이는 엄청납니다. 후자의 목표를 가진 사람은 강의를 '참고서'처럼 활용합니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고, 직접 데이터에 적용해보고, 실패하면 다시 돌려보죠. 이는 학습을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 사용법 탐색의 과정으로 만듭니다. 고전은 학습을 단순한 입력이 아니라, 세상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으로 정의하게 해줍니다.
고전이 알려주는 두 번째 원리: '행동' 없이는 '이해'도 없다 - 실천의 강제화
교육학의 핵심 원리는 'Learning by Doing'(행함으로써 배운다)입니다. 몬테소리나 실용주의 교육철학은 이 점을 강조합니다. 이 원리를 온라인 학습에 적용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강의 시청'과 '실행'의 시간을 1:1 이상으로 맞추는 것입니다.
30분 강의를 보았다면, 최소 30분은 아래 중 하나를 실행하세요.
직접 해보기: 강의에서 배운 개념을 즉시 내 프로젝트나 일상에 적용해본다.
가르쳐보기: 강의 내용을 A4 한 장에 혹은 가상의 상대(심지어 인형도 OK)에게 설명해본다.
질문 만들기: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혹은 동료에게 던질 수 있는 탐구 질문 3가지를 만든다.
이 '실행' 시간이 없으면, 정보는 단기 기억을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고전은 우리에게 지식이 머리에 머무르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손과 입을 움직이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고전이 제시하는 세 번째 틀: '호기심'이 동력이다 - 질문 주도 학습법
전통적 교육은 '답'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진짜 깊은 학습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고전들을 읽다 보면, 이 점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따라서 강의를 켜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사전 탐색 질문' 만들기:
강의 제목과 커리큘럼을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이 주제에 대해 현재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이 강의에서 꼭 해결하고 싶은 나의 구체적 궁금증은 무엇인가?"
"강의가 끝난 후, 내가 얻었으면 하는 능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노트에 적고 강의를 시작하세요. 이제 강사는 여러분의 '질문에 대한 답변자' 로 여겨집니다. 강의 내용이 질문과 맞아떨어질 때는 흥분을 느끼고, 맞지 않을 때는 "그렇다면 내 질문의 답은 어디에 있는 거지?"라고 더 깊이 탐구하게 됩니다. 학습의 주도권이 완전히 뒤바뀌는 순간입니다.
고전이 요구하는 네 번째 태도: '사회적' 동물에게 배움은 고립적이지 않다 - 공동체 만들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배움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활동입니다. 비고츠키의 '발달의 근접 영역' 이론은, 우리가 홀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훨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이를 온라인 학습에 적용하라면,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립되어 강의를 보지 마세요.
동료 한 명과 짝을 지어 같은 강의를 수강하고, 주기적으로 서로의 적용 결과와 질문을 나누세요.
온라인 커뮤니티(디스코드, 슬랙, 카카오톡 단톡)에 참여하거나 직접 만들고, 강의 중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던져보세요.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짧은 글(블로그, SNS)을 써보세요. 피드백을 받는 과정 자체가 최고의 복습이 됩니다.
고전은 우리에게 배움이란 대화이며, 고립은 학습의 적임을 상기시켜줍니다.
이 모든 고전의 지혜를 하나로 묶는 실전 프로젝트: '나만의 학습 설계도' 작성하기
지금까지의 원리들을 종합하여, 다음 강의부터 적용할 '학습 설계도' 템플릿을 만들어보세요.
목적(Why): 이 학습의 끝에 나는 어떤 '경험'(해결한 문제, 만든 결과물)을 얻고 싶은가?
사전 질문(What): 내가 이 강의에 기대하는 답변 3가지는?
실행 계획(How): 강의 1시간당 내가 할 실행 활동은 무엇인가? (가르치기, 적용하기, 질문 만들기 중)
공동체(With Whom): 이 내용을 누구와 함께 공유하고 논의할 것인가?
이 한 장의 설계도가 여러분을 '수동적 수강생'에서 '능동적 학습 설계자' 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교육학 고전은 새로운 기술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학습에 대한 근본적인 '마인드셋'을 바꿔줍니다.
다음번에 온라인 강의를 열기 전, 100년 전에 쓰인 교육학 책 한 권을 잠시 읽어보세요. 그 책이 여러분에게 말해줄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당신의 뇌는 지식을 담는 '그릇'이 아닙니다. 세상과 의미 있게 상호작용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러니 앉아서 듣지만 말고, 일어나서 사용하세요."
여러분의 다음 학습이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대처하는 방식을 업그레이드하는 살아 있는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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